미술관은 누구를 환대하는가

- 미술관 접근성에 대하여-

2026.04.09(목) 

"누구나 미술관에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를 실현하는 방식은 결코 간단치 않다. 

'대중'이라는 추상적인 집합체를 염두할 때
특정 신체, 감각, 속도에 익숙한 이들을 중심에 둘 때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장애를 갖거나 노년, 아픈 사람처럼 이동이나 이행 방식이 다른 이들은 주변화되기 쉽다."

2025년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시 서문의 한 대목. 

리처드 도허티, <농인공간: 이중 원형>, 2025
리처드 도허티, <농인공간: 이중 원형>, 2025

접근성(accessibility)은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이나 지역, 나이, 지식 수준, 기술적 환경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울인 몸들>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접근성을 '누구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해 풀어냅니다. 전시는 다양한 몸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도이자, 서로의 취약함을 마주하는 공간을 제고함으로써 아직 닿지 못한 몸들을 의식하며 계속해서 조정하고 열어가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최태윤, 연 나탈리 미크, <일하지 않는 움직임/이주하는 몸들>,2025
최태윤, 연 나탈리 미크, <일하지 않는 움직임/이주하는 몸들>,2025

미술관은 흔히 '열린 공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그 열린 공간으로 어떤 몸이 들어서고, 어떤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신체나 정신적 조건에 따라 사물 혹은 공간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목적이 '작품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에 있다면, 그 공통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응답하며 다양성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미술관이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은 웹사이트를 통해 장애인, 노약자, 이동이 불편한 방문객이 사전에 개인 요청사항을 작성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하며, 휠체어와 지팡이 같은 장비 대여도 신청 가능합니다. 또한 네 개의 출입구 중 본인의 상황(개인 방문, 단체 방문, 장애인 등)에 맞게 어떤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지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제공합니다. 


쿠퍼 휴잇(Cooper Hewitt) 박물관은 지체, 시각, 청각장애 유형별로 전시 정보를 큰 글자로 제공하거나 온라인 음성 안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에서는 수어로 진행되는 도슨트 투어와 저시력자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됩니다. 이 사례들은 접근성의 범위가 물리적 설비를 넘어 감각과 정보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울인 몸들>은 신체 다양성의 관점을 확장하며 공간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린 이은우 작가의 <손길모양> 전시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작품을 감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서로가 경험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직접 느끼게 합니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환대받는 기분이 든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을 느끼게 될까요. 

앞으로도 공간 접근성의 범위를 넓혀가는 전시와 사례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인상 깊이 남아 있는 문장으로 끝맺어 봅니다. 



"<기울인 몸들>은 미술관이 누구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를 실험하고 실천하는 연습이다.
제도적 틀의 안과 밖에서 다양한 몸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도인 것이다.
미술관이 다른 몸을 감각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서로의 취약함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 만남과 서로를 향한 기울임이 곧 우리 일상의 공간과 관계 속에서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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