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저 자신을 인지하고 인정하기 위해 시작했어요 
청년 장애인 인식 재고를 위해 여러 활동을 진행해 오고 계시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말하기 위해서 제 생각의 기반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 

마비라는 길고도 생소한 병명을 가지고 있어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 진단을 받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10살 까지는 비장애인으로 살아오다 발현된 것이라 크면서 나아지겠지 하고 조금 느린 사람으로 살다가 남들과 

다르구나를 느끼면서 19살에 병명을 찾으려 시도했지만 찾지 못했고 20대 중반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병명을 찾아 장애인 등록증을 받았어요. 장애인 등록증은 받았지만 제가 장애를 인정하고 수용한지 2년도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제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인지하고 인정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에요. 

저를 위해 시작한 일인데 주변 분들이 너무 좋게 봐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위해 시작한 활동이라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타인을 위한 마음도 크게 느껴져요. 

기질적으로 이타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저는 남을 도울 때 행복을 느껴요. 그래서 이 역시 저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으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받은 차별은 무엇인지, 어떤 점이 편견이고 차별이 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이용하는 시설인데 제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용을 하지 못할 때 가장 차별적이라고 느껴져요.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 편견은 제가 만나서 그 시선과 편견에 대한 오해를 풀어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지하철을 타는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출구를 가야 할 때, 나는 장애인일 뿐인데 왜 출구를 이용하지 

못하는 거지? 공공시설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용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별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변화하지 않는 것을 보니 

씁쓸합니다. 

공공시설인 미술관, 박물관에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점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다녀온 호주는 인프라가 어떻게 되어 있나요?

박물관, 미술관에서 그림들이 걸려 있는 벽면 쪽으로 계단이 있는 게 아름다워 보이지만 보행장애인은 갈 수 없어요. 계단을 경사로로 만들거나 같이 설치하는 게 필요한데, 경사로가 있는 곳은 주도 돌아서 가야 했어요. 돌아서 가도 


벽면의 작품을 바로 보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봐야 했는데 그때 소외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 무장애 관광 기획단에서 교육받을 때 어느 한 분이 ‘인간은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인도 교통약자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도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고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는 이민자의 사회다 보니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컸어요. 인종이나 장애인, 여성이라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도 있다고 해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죠. 소수가 존중받고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인 것 같아 호주에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호주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함께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배려에 머물러있는 것 같아요. 한국도 호주처럼 인식이 변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희망적으로 생각해야겠죠? (웃음)

"무례해 주세요"
배려가 오히려 무례해질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을 무겁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라는 것들이요. 그런데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거든요. 필요한 배려가 있는지

혹은 궁금한 점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데 과도한 배려를 해서 

무례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청년장애인을 대상으로 ‘다다르다'라는 모임을 
기획해서 운영한 적이 있어요. 

이때 ‘무례해주세요’ 컨셉을 가지고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질문들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기획한 다다액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을지라도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기만 
하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원 모집 글에 ‘장애를 가졌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이 있다,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하지 않을래?’ 라고 소개했고 모집 글에 호기심을 
가지고 열린마음으로 다가와 주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좋았던 점은?


프로젝트에 대해 회고를 하면서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걸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고 합격해서 활동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자극을 받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을 들었을 때 
제 기획의도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모임을 기획한 것에 대한 기쁨과 의미를 가질 수 있었고 참여자분들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진행하면서 느낀점, 개선시켜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늘 개선할 부분들은 많았어요. (웃음) 계획을 좀 더 꼼꼼히 세워야겠다든지 소통 방식이라든지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새로운 것들을 개척해 

나가기보다는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밀도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자 합니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가 있나요?

장애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우연찮은 기회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요. 

일종의 강사활동이었는데 제안해 주신 분이 저를 전혀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하는 

부분에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장애인으로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대우받았던 

경험이라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동등하게 대한다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어떤 점에서 이 사람이 나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느껴졌나요?

강동 오랑 센터에서 발표를 많이 했었는데요, 모든 사람이 발표를 해야 하고 발표를 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했어요. 


자기 소개가 끝나면 박수를 쳐주고 발표가 끝나면 한 번 더 박수를 쳐줘요. 첫 번째 박수의 의미는 ‘나는 너의 존재에 
대해 존중해준다'라는 의미로, 두 번째 박수는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너의 이야기에 귀 귀울였고 용기에 박수를 

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런 의미가 있어 서로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저는 ‘안녕하세요, 박은수입니다'라고 소개했어요. 줄곧 ‘안녕하세요 저는 걷는 게 조금 불편한 보행장애를 가진 


박은수 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해왔는데 처음으로 앞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박은수 입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박수를 받았던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저는 장애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박은수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영어로 말하면 A person who has a disability 라고 해요 사람이 앞에 붙죠. 


우리 나라는 장애가 앞에 붙어요. 장애인, 그래서 아 장애를 가졌구나가 먼저 인지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계속해서 연구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나아갈 한 스텝은 무엇일 될까요?

호주를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민을 가기 전에 제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프로그램들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엔 호주를 여행으로 

다녀왔지만 2024년에는 지원을 받아 호주로 다시 가서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연구해보고 싶어요. 
호주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 호주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장애인 고용공단, 복지과 같은 공공기관에 찾아가 어떤 제도들이 

있고 실행되고 있는지, 건축업자를 만나 시설과 관련된 것들을 물어보며 어떻게 하면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이지 고민해 보고 그다음 스텝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나요?

저는 보행장애라는 겉보기에 드러나는 강한 특성이 있어 저를 외관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면을 바라봐주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박은수를 장애인이 아닌 그저 박은수로 바라봐주는 사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존중해주고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는 사람. 


못 걸어갈거야 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같은 사람으로 '존중'하는 마음과 개개인의 삶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은수님과의 소중한 만남. 자신을 마주하고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들의 인식, 경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계시는 은수님.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에,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행력에, 타인을 위하는 따듯한 마음에 저도모르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여러번 치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 은수님의 멋진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