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공간과 사물의 풍경

유상우 개인전: Blue Wall

2026.07.21(화) 

어두운 전시 공간 한가운데에는 작가의 아틀리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업실 곳곳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누군가의 손길이 오래전 멈춘 듯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흙더미 위에는 듬성듬성 풀이 자라고, 잘려나간 나무와 곳곳에 놓인 항아리, 그 안에서 무성히 자라나는 식물들은 버려진 장소의 흔적을 떠올리게 합니다. 

유상우, Blue Wall, 2026
유상우, Blue Wall, 2026

우리는 작은 구멍을 통해 몸을 숙여 작업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공간.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상실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의 삶에도 끝내 닿을 수 없게 된 장소는 존재하지 않을까요. 

역설적으로, 닿을 수 없을수록 그 공간은 더욱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우리를 끊임없이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버려진 나무와 식물, 흙, 비누 처럼 시간의 흐름과 소멸을 품은 재료를 사용하는 작가는 기억과 장소 그리고 사회적 경계를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작업실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놓으며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새롭게 질문합니다. 


작가는 "시카고 작업실은 내 삶이 뿌리내리고 있던 곳이지만, 비자 발급이 막혔을 때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고 회상하며 이어 "정화라는 단어의 이면에 있는 폭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작업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게 된 공간, 그리고 사회적 경계의 경험을 사유하게 만듭니다. 

"작가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의 파편들을 외벽에 삽입하면서 바깥의 버려진 풍경을 안에 담는다.
벽은 작업실 내부의 모양과 크기를 확정하지만 정작 작가의 작업실은 그 바깥으로 내몰린다.
작가의 공간은 안이든 밖이든 어디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또한 어떤 공간의 바깥에 있다."

어린 시절 살던 집, 떠나온 나라, 사라진 공동체 혹은 관계 처럼 우리는 누구나 어떤 이유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장소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지와 무관하게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게 되고, 소중했던 관계와도 멀어지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된 것들은 오히려 더욱 선명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죠. 


작가는 이러한 상실의 감각을 작업으로 구현하며,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에게도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공간이 있지 않은가.' 

참고:

1. 김종영 미술관, <유상우 개인전: Blue Wall> 전시 서문, 2026



  편집: 정란근(ddoingnow@gmail.com)

<유상우: Blue Wall>


🔆 전시기간 :  2026년 7월 3일 - 8월 23일

🔆 전시장소 :   김종영 미술관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월 휴관)

🔆 공간 접근성: 여닫이 출입문, 구간별 계단 있음, 공간 안 턱 없음 , 엘리베이터 있음

🔆 입장료: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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