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2025.07.25(금) 

"예술은 기억하는 일이다." 

재난 참사, 사회적 산재로 인한 죽음에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권은비 작가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기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린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에서 그는 재난과 참사 그리고 노동을 주제로 새로운 방식의 예술적 해석을 제시합니다.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 것인가

권은비 작가의 작품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는 오늘날의 재난과 참사 그리고 그 뿌리를 초기 자본주의 역사까지 거슬러 추적합니다. 언론이나 기존 기록들이 다루지 않았던 입체적인 증언을 퍼포먼스 형태로 풀어낸 이 작업은 재난과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사회적 산재가 발생한 장소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들의 말이 텍스트로, 시각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슬픔에서 예술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것을 하고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기본적으로 예술은 기억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주목하지 않은 미시적 서사일지라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예술가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 -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실은 각각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아리셀 화재 참사를 상징합니다. 작가는 희생자 유가족과 관계자들과 함께 직물을 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고통과 기억을 실처럼 엮어내는 공동의 애도와 기억의 과정을 펼쳐 보였습니다. 


90년에 들어서면서 한국사회에서 즐비하게 벌어진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성수대교 붕괴참사, 대구상연동가스폭발참사이후, 2000년에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세월호침몰참사, 이태원압사참사, 아리셀화재참사 등으로 이어지며 재난 참사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는 거시적 맥락에서 재난의 역사를 단순히 숫자로 재난의 크기를 환산하는 것을 거부하며 거시적 재난서사와 미시적 재난서사를 교차하며 기록되고 기억되지 못한 재난서사를 입체적으로 보려한다. 특히 재난의 폐허 속에서 절망의 묵시록을 쓰기보다는 폐허 속에서도 자신과 타인의 삶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증언으로서의 대항서사를 주목하려한다. '기억하다'라는 말을 수행동사라는 점을 사유하며 수행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립될수 없는 저항하는 기억을 직조해보려 한다.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전시장에는 방직 공장에서 볼 수 있는 도구들과 피아노가 나란히 놓여, 서로 연결된 형태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람자는 한쪽에 비치된 오디오 헤드셋을 착용한 채,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 주변을 천천히 걸어나아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폐허에서 가져온 못과 흙, 그리고 노동의 상징인 목화를 마주하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미지: 권은비 작가 홈페이지
이미지: 권은비 작가 홈페이지

피아노의 덮개에는 브람스의 레퀴엠 중 한 문장이 독일어로 새겨져 있습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 문장은 시인 윤동주의 <팔복>에도 등장하며, 마지막에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이는 함께 슬퍼하고 그 시간이 지나 나아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과 함께 고요하게 전해집니다. 


영국의 방직공장들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은 여성들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병을 얻거나 유산, 기형아 출산을 하는 여성들, 죽음을 맞이한 여성 노동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재난자본주의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식민-제국주의의 역사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한국은 해방이후, 급속도로 산업화가 이루어진다. 영국의 산업은 방직-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죽음을 토대로 확장되었는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197,80년대 전국에 방직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1988년, 국내 유일의 비스코스인견사 생산공장이었던 원진 레이온은 1964년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레이온사 기계의 가동을 시작한다. 이때 수많은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에 노출되었는데 이 물질은 나치가 독사스제조에 사용했던 물질이었다. 12명이었던 산재피해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몇 년 사이에 최종 1,000명에 달하는 피해자들로 늘어났다.


참고:

(1)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리플렛 & 이영애 도슨트 안내

(2) 권은비,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홈페이지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정보


🔆 전시기간 :  2025년 03월 06일 - 07월 27일

🔆 전시장소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종로구 평창문화로 101)

🔆 전시 일정: 화-금 10:00-20:00 / 토,일, 공휴일 10:00-19:00

🔆 입장료: 무료

🔆 공간 접근성: 슬라이딩 도어 출입문, 공간 안 턱 없음 , 엘리베이터 있음, 휠체어 수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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