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냄

<김상유: 쉽게 닳지 않는 사람>

2026.04.28(화) 

한국 최초로 동판화를 시도한 작가로 꼽히는 김상유 작가는 동판화로 시작해 목판화 그리고 유화까지 작업을 넓혀왔습니다. 그의 작업 기록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회고전이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기고, 깎고, 그리다 

초기 동판화 작업은 그의 예민한 감각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금속판 표면을 직접 깎거나 산성 용액으로 부식시켜 선을 새기고(1), 움푹 파인 부분에 잉크를 채워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의 작업에서 그 세밀한 선들 사이로 사물의 특징과 문양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그러나 아연판 부식에 쓰이는 초산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시력이 나빠지면서 동판화에서 목판화로 작업을 이어갑니다. 나무판에서 표현할 부분을 남기고 배경을 조각칼로 깎아낸 뒤, 튀어나온 부분에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방식의 목판화 작업에서는 한국의 전통 풍경과 고건축의 형태와 미학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후 판화가 지닌 복제성이 미술 시장에서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게 만든다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그는 유화에 집중하게 됩니다. 

침묵, 명상, 비워냄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떠오르는 단어 세 가지. 

평면적인 구도에 담백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유화작품에는 전국을 돌며 고건축과 오래된 기물들을 눈에 담아온 시선이 화면 안에 고요히 녹아 있습니다. 그 안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평온한 인물의 모습입니다. 작가는 이 인물이 곧 자신이자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화려함보다는 명상적 분위기와 단정한 구조를 지닌 김상유 작가의 작품은 도심 속에 고요히 자리한 석파정이라는 공간과 기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전시를 감상하고 석파정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번 휴일, 석파정에 들러 전시 관람 후 정자에 앉아 조용히 명상하며 비움의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편집: 정란근(ddoingnow@gmail.com)


참고:

(1). 조선화랑(chosun art gallery), 김상유 소개

(2). 석파정 서울 미술관 전시 소개문


<김상유: 쉽게 닳지 않는 사람> 


🔆 전시기간 :  2026년 04월 01일 - 08월 17일

🔆 전시장소 :  석파정 미술관

🔆 관람 시간:  수-일 10:00-18:00(월,화 휴관)

🔆 공간 접근성: 자동 출입문, 공간 안 턱 없음 , 엘리베이터 있음, 휠체어 수용 가능

🔆 입장료: 13,000-20,000원

🔆 2026  정보 보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

이 콘텐츠 어떠세요?

💌 문의 사항은 상단 콘텐츠 문의 혹은 메일(ddoingnow@gmail.com)로 문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