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조은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 작은 보물들을 발견하고, 평범한 하루와 익숙한 풍경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힘을 보여줍니다.
전시 <오늘의 정원>은 무심코 지나쳐왔던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합니다.
건물 틈새에 핀 작은 잎사귀를 발견하는 기쁨부터, 때로는 길을 잃은 듯 막막했던 순간의 기억까지.
묵묵히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길의 끝에서 비로소 나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을 너무 고치려 너무 애쓰기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나온 수많은 오늘이 차곡차곡 모여, 세상의 하나뿐인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해 가고 있으니까요.
조은, A View of the Garden, 112x145.5cm, 2025
조은, A View of the Garden, 112x145.5cm, 2025
한지 위에 펼쳐진 도시의 낮과 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저마다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그 안에서 느껴지는 조화와 평온함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A View of the Garden 작품 확대
A View of the Garden 작품 확대
사람이 사라진 자연은 정글처럼 너무 무성하고 거칠어 두렵게 느껴지고, 자연을 잃어 버린 회색 도시는 생명력과 인간적인 온기를 잃은 채 삭막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삶의 풍경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조은, 멀고 아름다운 곳, 117x91cm, 2025
조은, 멀고 아름다운 곳, 117x91cm, 2025
무해한 관계의 아름다움
고유한 모습으로 오롯이 존재하는 나무들은 그림 속에서 스미고 번지며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비정형적인 묵직한 리듬감을 한없이 이어가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모두에게 선일수는 없으나, 본능적으로 이끌릴 수 밖에 없는 무궁무진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평온하고 무해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다.
내 몸을 움직여 발견한 풍경의 부분들을 편집해서 다시 조화로운 화면으로 구성하는 나의 작업은 과정 그 자체로 하나의 '연결'일 것이다.
조은, 흐를 숲, 2024 / 흐를 숲, 2024 / Beads in the Green, 2025
조은, 흐를 숲, 2024 / 흐를 숲, 2024 / Beads in the Green, 2025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
가까이 보았을 땐 미완의 흔적 같았던 개개인의 삶은, 이 너른 풍경 속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비로소 하나의 조화를 완성한다. 멀어진 시선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마주한다.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 얽혀 이토록 찬란한 생명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그 눈부신 조화 속에, 우리의 오늘 또한 아름답게 흐르고 있다.
조은, Beads in the Green, 2024
조은, Beads in the Green, 2024
공원
나무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은 뭉치거나 흩어져 있고, 특별한 목적 없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 모양들이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울립니다. 달리는 아이는 혼나지 않고 느린 노인은 슬프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속도로 머무는 풍경을 보며, 어떤 나의 그림들이 공원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자생하기 힘든 여러 수종의 나무와 식물들이 어우러지고,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존합니다. 자연과 사람을 관찰하며 떠오른 생각과 붓질을 천천히 덧입히면서 공원을 조금씩 다듬어 갑니다. 그리는 과정에서 혹은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예기치 않은 감정과 이야기들이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조은, Layers, 65x162cm, 2025
조은, Layers, 65x162cm, 2025
"공원에 철새가 날아와 잠시 쉬어가듯,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를 작품을 바라보며 평온하고 무해한 관계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는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