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돌보는 세상의 풍경

2026.07.07(화) 

보이지 않는 손길


히든 위버스(Hidden Weavers)에서 'Hidden'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행위자들이 손길을 의미합니다. 'Weavers'의 사전적 정의는 '베를 짜는 사람들' 혹은 '직공'에 머물지만 본 전시에서는 그 의미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적 관계가 맺는 수많은 연결을 직조하는 존재로 그 의미를 확장합니다.

임현경, 밤의 장막, 55x40cm, 2025
임현경, 밤의 장막, 55x40cm, 2025

전시장은 초록빛 나무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울창한 숲속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남긴 흔적들이 스며있는데요. 

나무를 지탱하는 구조물, 겨울을 견디도록 감싸 놓은 붕대, 잘려나간 나무를 쌓아놓은 모습과 같은 흔적들은 자연이 누군가의 돌봄과 노동을 통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노동의 행위는 화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연을 돌보는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러한 보이지 않는 손길 위에서 유지됩니다. 

임현경, 밤의 산책자, 72x91.5cmx2ea, 2025
임현경, 밤의 산책자, 72x91.5cmx2ea, 2025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드리워진 천은 작품의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천은 공간을 나누는 경계처럼 보이면서도 안과 밖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 처럼 존재하기도하며 마치 쉼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임현경, 숲의 위로, 193.5x390cm, 2026
임현경, 숲의 위로, 193.5x390cm, 2026

"작품 속 수목들은 지지대에 의탁한 채 서로 엉겨 붙어 웅장한 장막을 형성하는데,
여기에는 외부로부터의 '가림막'이자 스스로를 지키는 '보호막'이라는 이중적 속성이 투영되어 있다.
화면 곳곳에 배치된 관리 도구들은 비가시적인 노동과 섬세한 수고를 환기하며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밀도를 더한다." 

작가는 특히 밤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동이 트기 전 숲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말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차분함과 숙연함이 느껴질까요. 


"어둠이 내리는 시간, 낮 동안 지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빛에 의해 서서히 드러난다. 

밤의 정적과 신비로움이 깊어지는 가운데, 하나둘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의 안도감 속에서 

작가는 밤이라는 시간의 무게와 그 안에서 우리를 비추는 존재에 대해 고찰한다. 

낮의 돌봄이 밤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이지 않는 누군가는 여전히 그곳에 있음을 감각하는 것이다. 

숲으로 덮이고 천으로 감싸진 임형경의 정원은 고요한 장막을 만들어낸다. 

접히고 펼쳐지는 그 장막은 누군가와 함께 머무는 다정한 공간이 되고,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이룬 숲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상호 보완과 연대를 통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공간.

임현경이 그려내는 정원은 바로 그러한 사유의 장소이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풍경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은 누구의 돌봄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나는 또 누구의 풍경을 지탱하고 있을까요.

임현경, 펼쳐진 정원, 70x210cm, 2024
임현경, 펼쳐진 정원, 70x210cm, 2024

참고:

1. (재)한원미술관 책임학예사 전승용, 임현경 초대전 <히든 위버스>, 한원미술관, 2026



  편집: 정란근(ddoingnow@gmail.com)

임현경 <히든위버스>


🔆 전시기간 :  2026년 5월 14일 - 7월 31일

🔆 전시장소 :  한원미술관

🔆 관람 시간:  화-일 10:00-18:00(월,일 휴관)

🔆 공간 접근성: 여닫이 &회전 출입문(정문), 자동출입문&입구 계단(후문), 공간 안 턱 없음 , 엘리베이터 있음

🔆 입장료: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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