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과 내장, 생식기 등 신체를 구성하는 원초적 요소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정복수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던 인간의 모습을 낯설게 만듭니다. 그는 신체 일부를 확대해 보여주기도 하고, 인체 전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육체가 지닌 감각과 존재감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하드보드 위에 연필 끝을 눌러 새기는 방식과 수행적인 붓질은 거친 물성과 맞물려 원초적인 에너지를 더욱 강조합니다.
평론에서는 그를 단순히 인체를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인체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질문하는 작가로 해석합니다(1). 그는 오랜 시간 신체를 탐구하며 몸을 분절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반복해왔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능과 욕망,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업을 확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탐구의 과정은 어쩌면 작가가 자신이 경험해온 고된 현실을 견디고 통과해온 하나의 방식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정복수, 존재의 초상, 135.5x153.5cm, 1985
정복수, 존재의 초상, 135.5x153.5cm, 1985
1979년 바닥에 전시되어 관람객이 직접 밟고 지나가며 감상하도록 구성된 <바닥화>는 당시 "이상한 그림이 있더라"는 입소문과 함께 수상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이유로 경찰이 전시장을 찾았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2).
바닥화-밟아주세요, 280x980cm, 1983
바닥화-밟아주세요, 280x980cm, 1983
천장화가 신의 세계를, 벽화가 권력자의 권의를 상징한다면, 바닥화는 오직 '평범한 인간'을 위한 자리
이는 관람객이 이미지 위를 걷고 밟으며 작품과 관계 맺는 행위는 회화의 권의를 해체하고 예술을 삶의 현장으로 끌어오는 하나의 의식이었습니다(3).
몸의 초상, 1998
몸의 초상, 1998
2026년 유스퀘이크(YOUTHQUAKE)갤러리에서 전시된 <바닥화-밟아주세요>(1983)는 벽면에 설치되어 이제는 관객과 서로 마주하며 응시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