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미술

북서울미술관 <안규철: 질문하는 미술, 생각하는 글쓰기>

2026.05.12(화) 

그에게 글쓰기란 불확실한 세계에서 진실이라 말해지는 것들,
자기 자신은 물론 삶과 세계를 의심하고 질문하기 위한 것이다.
감각과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객관화해 볼 수 있는 것,
복잡하고 안갯속 같은 생각의 미로를 가능한 한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안규철, 한 잔 재스민차에의 초대, 2026
안규철, 한 잔 재스민차에의 초대, 2026

공간에서 우리는 의자, 스웨터, 돌과 같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은 조금은 낯선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의자는 공중에 떠 있고, 스웨터는 실이 풀려 있으며, 돌 두 개는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강렬한 색이나 자극적인 형태 대신 조용한 방식으로 다가오기에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물 곁에 놓인 글을 읽는 순간, 평범해 보이던 사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물건으로 머물지 않고, 그들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의미 발견과 함께 또 다른 질문을 만들게 됩니다.

안규철, 두 개의 돌, 2024
안규철, 두 개의 돌, 2024

공간 한켠에 놓인 두 개의 돌. 

하나는 바닥에 놓여 있고 다른 하나는 좌대 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벽에는 이들의 독백이 적혀 있습니다. 바닥에 놓인 돌은 자신이 미술관에 전시된다면 흔해 빠진 돌멩이가 아닌 새로운 예술이 될 수 있다 주장하고, 전시된 돌은 진열장 내 박제된 물건으로 지내는 삶에 고통을 호소하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들의 독백은 작품을 작품이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게 합니다. 예술은 사물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그것이 놓이는 장소와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의해 완성되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안규철,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2026, 162x112cm
안규철,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2026, 162x112cm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자신의 시에 대한 설명을 요청받았을 때 남긴 말이 한국 미술에서는 "작가는 작품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미술가들이 작품에 대한 언어적 담론을 배척하는 태도로 굳어져 왔습니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그는 언어적 접근을 거부하는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캔버스 위에 써내려 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물은 순수한 색면회화가 되는 과정을 보이며 언어를 부정하는 언어가 회화가 되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안규철 작가는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그림과 글의 이분법적 구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좋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작품은 스스로 말한다. 

그러므로 좋은 작가는 작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나쁜 작가는 말이 많다. 

그는 작품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말을 하면 할수록 그 작품이 나쁜 작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나쁜 작가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안규철, 외국어로 된 잠언, 2024(2026 추가 제작), 41x53cm
안규철, 외국어로 된 잠언, 2024(2026 추가 제작), 41x53cm

설치 미술, 회화 작품들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지, 글과 그림 사이의 경계를 탐험하게 만드는 안규철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글짓, 쓰는 예술>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며 오늘날의 미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확장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글짓, 쓰는 예술> 전시 소개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글짓, 쓰는 예술>은 작가를 글 쓰는 사람, 즉 문학가로 여기는 일반적인 인식에 착안하여 '글쓰기'를 통해 미술 창작을 이해하며, 미술가가 생산하는 글에 주목한다. 문학과 미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글쓰기를 창작을 씨앗으로 삼는 10명(팀)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전시 공간은 글을 쓰면서 나오게 된 예술에는 자신만의 생각과 질문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내밀하게 언어화해 작업으로 제시하려는 작가들의 오랜 창작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 북서울미술관에서 정성스럽게 제작한 전시 책자 또한 인상 깊습니다. 전시를 감상하러 방문하신다면 책자도 함께 챙겨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편집: 정란근(ddoingnow@gmail.com)


참고

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책자, <글짓, 쓰는 예술>, 2026


<글짓, 쓰는 예술> 


🔆 전시기간 :  2026년 04월 23일 - 07월 12일

🔆 전시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관람 시간:  화-목 10:00-20:00 / 금: 10:00-21:00 / 토,일: 10:00 - 19:00(월 휴관)

🔆 공간 접근성: 자동 출입문, 공간 안 턱 없음 , 엘리베이터 있음, 휠체어 수용 가능

🔆 입장료: 무료입장

🔆 2026  정보 보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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