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떤 꽃을 피우고 있나요?

2025.04.08(화) 

바니타스(Vanitas)

17세기 유럽 교역의 중심지로 황금시대를 누렸던 네덜란드(1)에서는 인생의 유한함과 삶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바니타스화(Vanitas) 정물화 장르가 발전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매우 인기 있고 부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습니다. 사람들은 튤립을 매우 높은 가격에 사고 팔았고, 튤립 한 송이의 가격이 고급 저택 한 채에 해당할 정도로 올라가게 되면서 튤립 투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납니다. 그러나 가격 거품은 끝을 맞이하게 되었고, 투기를 한 사람들은 파산하거나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튤립 투기와 관련된 사건은 바니타스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암브로시우스 보르샤르트, 꽃 정물화(1614), 런던 국립박물관
암브로시우스 보르샤르트, 꽃 정물화(1614), 런던 국립박물관

'튤립 파동'의 허무한 결말 이후, 튤립은 바니타스화의 대표적인 소재가 되었는데요,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버리는 튤립은 인생의 찰나적 아름다움, 경제적 번영, 그리고 순간적 쾌락을 상징합니다. 

바니타스화에는 흔히 금화, 진주, 공예품, 조각 등 화려한 장식품과 함께 해골이 등장합니다. 해골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며,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바니타스화는 화려한 물질적 풍요와 죽음의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세속적 가치의 무상함을 되새기게 합니다. 

필리프 드 샹파뉴, 바니타스(1671), 테세 박물관
필리프 드 샹파뉴, 바니타스(1671), 테세 박물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인간의 삶의 유한함, 물질이나 세속적 즐거움의 무가치함을 상징적 오브제들을 통해 표현한 정물화의 한 장르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를 지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철학적 의미와도 연결됩니다.


메멘토 모리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필연성을 상기시키는 철학적 개념으로, 해골은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 상징물로 활용되었습니다.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1610), 모나코 공국, 메종 다르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1610), 모나코 공국, 메종 다르

기독교에서 '참회의 성녀'로 불리는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십자가를 지켜본 여인 중 하나로 소개되며 그녀의 이미지에는 촛불, 향유 단지, 해골과 같은 상징물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의 회개와 신앙심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삶의 덧없음과 영원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해골은 그녀의 참회와 속죄를 강조하고 내면적 성찰을 시각화하는 대표적 상징물로 활용되었습니다. 

카라바조, 황홀경의 막달라 마리아(1610), 런던, 개인소장
카라바조, 황홀경의 막달라 마리아(1610), 런던, 개인소장

카라바조의 <황홀경의 막달레나 마리아>(1606)는 어두운 방 안의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을 통해 깊은 회개와 정신적 정화의 순간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또한 종교적 참회의 의미와 더불어 존재론적 허무에 대한 사색을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합니다. 폭력적 사건들로 인해 도피 생활을 했던 시기에 이 작품을 그린 카라바조는 그림을 그릴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카라바조,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1594-1595), 이탈리아 로마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카라바조,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1594-1595), 이탈리아 로마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꽃은 피고 진다 

그리고 다시 피어난다

찰나와 같이 지나가는 인생의 덧없음과 공허함을 표현한 바니타스 정물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유한한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제한된 시간(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는 '현재에 집중하라' 라는 적극적인 권유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가 지고, 또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힘들었던 혹은 아름다웠던 순간들 그리고 흘러가는 것에 연연해 하지말고 지금 주어진 시간에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유의미한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네, 제비꽃(1872), 개인소장
마네, 제비꽃(1872), 개인소장

오늘은 어떤 순간들을 마음에 담아가고 계신가요? 하루하루 쌓이는 경험들로 만들어진 여러분의 이야기를 직접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작은 기쁨이 가득하기를 응원합니다.☀️  



참고:

(1) 성철환, 저금리 정책은 경제 거품 키우는 주범책: 경제위기의 패턴, 매일경제,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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