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내게는 들려온다. 그런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의 소리를 화폭에 어떻게 옮길지 고민한다는 말이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 전시 해설 중-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박광진 화가의 전시 <자연이 속삭임>은 미술관 소장품과 대표작 117점을 선별해 선보였습니다. '탐색: 인물, 정물, 풍경', '풍경의 발견', '사계의 빛', '자연이 소리' 네 가지 주제로 나뉘며, 시기별 작가가 관심을 두었던 사물과 표현 방식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그는 일상과 생활 풍경을 담은 그림에서 점차 풍경화에 집중합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시대별 나무, 꽃과 같은 대상과 물에 비치는 사물의 묘사, 요소마다 다른 붓 터치, 대상간의 거리(원근법), 계절에 따른 색감의 변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사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빛의 표면에 나타나는 윤슬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입니다.
1990년대부터 작가는 작품에 가느다란 수직선을 적용합니다. 반복되는 프랑스 메스(Metz)지역의 유채밭과 유네스코 파리 본부에서 본 헤수스 라파엘 소토(1923-2005)의 줄무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고요한 순간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식물의 줄기를 오선지 악보에 비유해 표현합니다.
세로 방향의 선들은 개별 음표처럼 서로 다른 위상을 가지며, 개체의 소리를 형상화합니다. 반복되는 선들은 자연 현상의 고유한 리듬과 박자를 담아내며 그의 작품 속 자연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표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