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시뮬라크라' 라는 깊이 있는 주제 아래, 네 명의 작가의 풍경화가 펼쳐집니다. 실제와 비슷하지만 진짜는 아닌 것, 우리는 이를 시뮬라크럼(simulacrum)이라 이야기합니다. 자연을 직접 마주한 순간과 그것이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한 풍경화로 다시 경험될 때, 그 감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는 생생하게 재현된 풍경화 작품을 통해 실제 풍경을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추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한 재창조된 풍경화를 보며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하죠. 이번 전시는 실재하는 자연의 풍경(객관적 현실)과 작품으로 재탄생된 풍경화(주관적 재현) 사이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김윤신의 <내 영혼의 노래> 시리즈는 특정 계절을 상징하는 색과 식물의 구조를 기하하적 형태로 변형하고 반복하며,
요소들 간의 관계성을 표현합니다. 겹겹이 쌓인 잎들이 나무를 이루고, 나무들은 모여 산과 숲을 형성하며 시선을 확장시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지곤 합니다. 그리고 순간을 오래동안 간직하기 위해 그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사진의 부분적 이미지를 활용해 숨겨진 의미와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홍순명 작가의 작품들은 그 순간의 감정을 회화적으로 끌어 올립니다.
스콧 칸(Scott Kahn)의 작품들은 '모호한 풍경화 전개' 와 '묘사의 리얼리즘 훼손' 이라는 개념을 보여줍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기보다, 현상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과 분위기를 재창조합니다. 이를 통해 현실을 초월하는 비현실적 경험을 구축하며, 객관적 사실성에 대한 집착이 불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시뮬라크럼은 관찰자가 지배할 수 없는 원대한 차원, 깊이, 거리를 암시한다. (...) 시뮬라크럼은 그 자체로 미분적 관점을 지니며, 관객은 관점에 따라 변형되는 그 시뮬라크럼의 일부가 된다. 요컨대, 시뮬라크럼 내에 미쳐가는 과정, 한계가 없는 상태로 가는 과정이 접혀 있다..."
풍경화만큼 이러한 서술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곳은 없을 것이다. 풍경화는 현실의 복제품에 그칠 수 없다. 이성적 귀결이 결여된 주관적 경험의 양상, 즉 피할 수 없는 숭고를 드러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