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여행 중 길에서 마주친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이 던지는 질문들에 자신만의 답을 담은 사진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정답 없는 물음에 대한 그의 응답들은 문래동 4가 철공소 골목 곳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할 공간을 찾다 작업실이 있는 문래동 거리에서 전시를 하기로 결정한 작가는 골목 구석구석에 40여점의 작품을 배치했습니다. 일부 공간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작품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거리 자체를 프레임으로 삼아 전시된 사진들은 작가가 여행에서 마주친 주름진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래동이란 공간을 주름이라고 이해했어요. 주름이란 건 거대한 근육과 근육 사이에 놓여 있는 그 근육과 근육이 움직일 수 있게 이어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쭈글쭈글한 공간들 저는 문래동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
사실 주름이 없다면 근육들은 무용지물인 거에요 그냥 고깃덩어리가 되는 거죠 적어도 현대사회에서 주름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고 보고 싶어하지 않은 부분들이죠. 이 공간도 어떻게 보면 그렇지 않을까.
제가 찍은 사진들도 주름진 사진들을 주로 찍었더라고요. 제 평소의 관심사도 그거고, '사람 그 자체'
- 작가 인터뷰 중(2)-
이정수, <도선사1>, 2023, 이집트 나일강 에스나
이정수, <도선사1>, 2023, 이집트 나일강 에스나
빛과 어둠
어떤 풍경이나 장면을 볼 때 자연스럽게 밝은 부분에 먼저 시선이 갑니다. 그 밝음에 이끌려 다가가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부분들도 점차 발견하게 되죠. 아래 사진에서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화려한 왕궁이 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앞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멀리서는 감지하지 못했던 세월의 흔적과 숨겨진 디테일까지 눈에 담기게 되겠죠.
이정수, <배경>, 2023, 캄보디아 프놈펜
이정수, <배경>, 2023, 캄보디아 프놈펜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밝음이 있기에 어둠의 존재가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균형. 이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것 같습니다.
홍콩의 밤, 화려한 놀이기구 조명 아래 홀로 앉아 있는 사람의 뒷 모습, 웅장한 풍경 아래 묵묵히 청소하는 사람, 수백 년의 역사가 담긴 공간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의 모습. 작가는 이런 장면들에 자신만의 시선을담아 일상과 삶에 대한 해석을 풀어냅니다.
이정수, <홍콩의 밤1,2>, 2019, 홍콩
이정수, <홍콩의 밤1,2>, 2019, 홍콩
작품을 바라보고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관람자의 자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현재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우문현답' 제가 가지고 갔던 질문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거나 의미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답은 굉장히 현명한 답들이었다는 것
- 작가 인터뷰 중(2) -
이정수, <누군가는>, 2023, 요르단 무스카트 페트라
이정수, <누군가는>, 2023, 요르단 무스카트 페트라
어쨌든 주어진 삶
이정수, <고대의 문턱>, 2023, 요르단 페트라
이정수, <고대의 문턱>, 2023, 요르단 페트라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사진을 통해 그리고 사진 속에 담긴 풍경, 웃음 지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하나의 답을 발견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 모든 활동들은 결국에 나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의 질문 놀음'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은 시간이 흘러 변하기도 하기에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 과정들은 또 어떤 작품으로 보여주게 될지 기대 됩니다.
이정수, <시장풍경1,2>, 2023, 이집트 카이로 칸 엘 칼릴리 시장
이정수, <시장풍경1,2>, 2023, 이집트 카이로 칸 엘 칼릴리 시장
제가 가지고 갔던 질문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거나 의미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답은 굉장히 현명한 답들이었다는 것 단순히 이게 나만의 문제, 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래서 굳이 사진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