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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는몸_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설치 미술-

2025.03.04(화) 

<접속하는 몸_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1편에서 사진, 회화 작품을 조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설치 미술과 조각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탐구한 작품들을 살펴봅니다.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 <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 1998/2022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 <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 1998/2022

필리핀 여성들의 역할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가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Imelda Cajipe Endaya)의 <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는 19세기 필리핀에서 스페인 식민 지배에 맞섰던 여성들에게 바치는 찬사입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 및 비밀 결사 조직인 카티푸난(Katipunan) 조직원들의 아내, 어머니, 딸, 자매들이 전쟁 속에서 군인들을 돌보고, 비밀 문서와 무기를 전달하며, 때로는 직접 전투에 참여했던 역사를 조명합니다. 작가는 이들의 연대와 희생을 세 여신의 모습으로 형상화 하여 여성들의 강인함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재단 앞에는 석유 램프, 칼, 항아리 같은 주방용품이 장식되어 있으며, 조직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이름이 설치물 전체에 새겨져 있습니다. 감옥을 창문으로 형상화한 오브제에 엮인 붉은 색 직물의 매듭은 탈출을 의미하는 동시에, 필리핀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의 자매애를 상징합니다.  

바티 커, <그리고 자비로운 자가 잠든 내내>, 2008
바티 커, <그리고 자비로운 자가 잠든 내내>, 2008

바티 커(Bharti KHER)는 인도 여성들이 이마 가운데에 찍거나 붙이는 점, 빈디(bindi)를 캔버스나 오브제에 활용하며, 아름다움과 괴물성이 혼합된 조각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그리고 자비로운 자가 잠든 내내> 인도 사회에 만연한 성의 위계를 비판합니다. 



그의 작업은 힌두교에서 시간, 파괴, 창조, 전쟁, 어머니, 해방을 상징하는 강력한 여신으로, 주로 무서운 형상으로 묘사되는 인도 여신 칼리(Kali)(2)와 자기 보존과 희생, 생산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신성한 여성 에너지의 화신인 친나마스타(chinnamasta)에서 출발합니다.

전통적인 탄트라(Tantra)의 도상에서 친나마스타는 절단된 목에서 피가 흐르는 자기의 머리와 칼을 각 손에 들고, 성교하는 남녀 위에 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바티 커의 작품에서도 여성 인물은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한 손에는 절단된 머리 대신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여성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의 두개골을, 다른 한 손에는 칼 대신 찻잔을 들고 있습니다. 



작가는 절단된 머리를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이미지로 대체하며 삶과 죽음의 순환을 암시하는 동시에, 찻잔을 통해 작품 속 여성을 신화적 존재가 아닌 현실의 층위로 불러옵니다. 

현대 미술가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는 강렬한 색채와 독창적인 기법으로 유명합니다. 회화, 텍스타일 아트, 설치미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특히 캔버스 위에 천, 구슬, 자수, 버튼 등을 덧대어 입체감을 더하는 트라피토(trapunto)기법을 활용해 전통 회와와 직물 예술을 결합합니다. 이를 통해 회화적이면서도 촉각적인 효과를 강조하며, 원색적인 색감과 복잡한 패턴을 조합해 생동감있는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다양한 민속 예술의 영향을 받아 장식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의 대표적 작품인 <Arjuna> 와 <Faces> 역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강렬한 색채 감각이 돋보입니다.  

(좌): 파시타 아바드, <아르주나>, 1983 / (우): 파시타 아바드, <얼굴들>, 1983-1993 

파시타 아바드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고, 여성과 이민자의 삶, 정치적 이슈, 사회적 불평등 등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아르주나, Arjuna>는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harata)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전사 아르주나(Arjuna)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용기와 신화적 존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트라피토 기법을 활용해 입체적인 질감을 강조했으며, 다채로운 색상과 패턴을 조화롭게 구성해 신화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특히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전통 문양과 장식을 차용하며 문화적 융합을 보여주는데요, 이는 단순히 전사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넘어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영웅적 성취를 상징하는 시각적 언어로 확장됩니다.  <아르주나> 작품은 인도의 신화적 요소와 필리핀 및 아시아 지역의 민속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으로, 아바드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장식적 표현이 돋보입니다.

<얼굴들, Faces>는 다양한 얼굴을 조합한 회화 시리즈로, 인류의 다양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작품입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기록하고, 이를 추상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인물의 피부색, 표정, 문양을 활용해 다문화적 배경을 반영했으며, 모자이크처럼 구성된 인물 표현이 특징입니다. 



개별적인 초상이 아니라 집단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인류의 다양성과 문화적 공존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아바드는 자신이 만난 다양한 국적, 계층, 배경의 사람들을 형상화하며, 포용와 연대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두 작품 모두 파시타 아바드의 시각적 언어와 철학이 깊이 반영된 작품으로 <아르주나, Arjuna>가 신화적 인물과 다문화적 요소를 조화롭게 표현했다면, <얼굴들, Faces>는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작품은 문화 간 융합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며, 그 독창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

1.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해설집

2. 위키 백과, 칼리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공간정보


🔆 전시기간 :  2024년 09월 03일 - 2025년 03월 03일 / 전시종료

🔆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6전시실

🔆 입장료: 유료(수, 토 야간 개장 시 무료관람 오후 6시-9시)

🔆 전시관 접근성: 슬라이딩(미닫이) 형식의 출입문 / 엘리베이터 있음(지하3층 이동시 직원 문의 필요) 

/ 휠체어 수용 가능 / 전시 공간 턱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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