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적 예술(confessional art)'의 대표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전시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에는 그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분노와 상처, 그리움과 욕망, 그리고 말하기 어려운 공포까지 복잡한 감정들이 형태를 얻어 공간 안에 놓여 있습니다.
재현과 치유
남근, 내장, 혈관을 연상시키는 조각들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가부장적 제도,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 그리고 남편과 아들을 향한 모성적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태피스트리를 수선하며 가족을 돌보던 어머니의 모습을 상징하는 대표작 <거미(Spider)>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스며 있습니다.
밀실XI(초상), 2000
밀실XI(초상), 2000
웅크린 거미, 2003
웅크린 거미, 2003
루이즈 부르주아는 가족 관계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들을 바느질, 드로잉, 섬유작업,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끊임없이 재현했습니다. 그는 분노를 드러내고 상실한 어머니를 애도하며, 불안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상처와 마주하려는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가장 깊고 끈질긴 고통마저 회피하지 않고, 예술이라는 언어로 불러내어 마주합니다.
나는 되돌린다, 1999-2000
나는 되돌린다, 1999-2000
파쇄기, 1983
파쇄기, 1983
원초적이고 날선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들은 관람객을 압도하기도,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감정까지 예술로 표현할 수 있다는 용기, 그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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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의 정신을 보증하는 담보물(Art is a guarantee of sanity) -루이즈 부르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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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방
당신은 어떤 감정들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나요?
부르주아의 작품에는 방, 침대, 우리형 구조 등 '공간'의 모티브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밀실(cells) 시리즈는 반투명한 철골과 조각적 오브제들이 구성되어 안과 밖이 분리된 듯 연결된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그 경계 앞에서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침입자가 됩니다. 이는 우리 마음속의 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깥 세계로 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안전할 수도 없는 불안전한 공간. 우리가 숨겨두고 닫아 놓은, 그러나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내면의 방과도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