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ve: 살아가는 것

Talk with 신윤정

2025.08.12(화)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조각상과 함께 신윤정 작가의 창작 활동 흔적이 담긴 공간이 펼쳐집니다. 작업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창작자로서 걸어온 그의 여정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체성

여러 조각상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두 점의 조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초상, 다른 하나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작가는 타인의 얼굴을 빚을 때는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과 생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생각이 많아지는 반면 자신의 얼굴을 조각 할 때는 오히려 형태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며 오히려 더 담담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혹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하지 못하지 않을까, 완성된 조각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몰입하니 의외로 차분하게 과정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던 중, 정면에서 본 자신의 얼굴과 입체적으로 마주한 얼굴이 꽤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됩니다. 

신윤정, 질 들뢰즈, 2022
신윤정, 질 들뢰즈, 2022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작가가 영감을 받는 철학자 중 한명이자, '나'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방향을 제시해 준 인물입니다. 들뢰즈의 배치 이론(agencement)은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정체성의 관점에서 그는 자아를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실체로 보지 않습니다. 

신윤정, 질 들뢰즈, 2022
신윤정, 질 들뢰즈, 2022

* 이미지: 작가 홈페이지

자아를 다양한 요소들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매 순간 생성되는 과정적이며 유동적인 산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생물학적, 문학적, 기술적 요소들이 매 순간 어떻게 접속되고 연결되는가에 따라(1), 개인의 정체성은 새롭게 구성되고 변화합니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 않으며, 변화하고 움직이는 그 과정 자체가 곧 '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배치의 방식에 따라 나라는 존재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신윤정, 중첩된 감정들, 2023
신윤정, 중첩된 감정들, 2023

우리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듯,
추상 작가는 감정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문장이아닌 색과 형태, 혹은 다른 표현 방식으로 드러내죠.


예술을 넓게 바라보면
'얼마나 자신의 세계를 충실히 표현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작품의 제목이 '무제'이고 설명이 전혀 없더라도
그 안에는 작가가 온전히 담아낸 자기 세계가 있습니다.
그런 추상적인 느낌을 구상이나 글로 변환하는 순간,
그 감정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윤정-

작품 해설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개인적으로 작가의 세계를 알고 싶어 설명을 보고 듣는 것을 즐기지만, 그것을 볼지 말지, 혹은 작품 해설을 덧붙일지는 어디까지나 관람객과 작가의 자유라고 말합니다. 전시는 강요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 찾는 자리이며, 단순히 서비스를 받으려고 가는 것이 아니기에 해설이 반드시 강제되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윤정, 혜민, 길웅, 저마다의 서울, 2024
윤정, 혜민, 길웅, 저마다의 서울, 2024

"저는 현대미술을 가사가 많은 노래에 비유하곤 합니다.
비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곡 자체를 감상할 수 있지만
가사가 작품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미술 작품도 작품이 품고 있는 가사를 들여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을 보게 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 설명을 쉽게 쓴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철학적 개념을 쉽게 풀어쓰는 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단순화 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와전될 수도 있고, 사유를 확장하는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윤정-

* 이미지: 작가 홈페이지

자기 세계 속에서 넘실대는 감정과 느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창작자, 그리고 그런 표현이 관람객과의 '주파수'가 맞을 때, 두 사이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집니다. 한두 번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전시를 보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훨씬 더 특별하고 즐거운 순간으로 다가옵니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도, 어쩌면 저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이겠죠."

신윤정 작가는 웃으며 덧붙입니다. 작품 의도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관심있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앞으로의 여정

신윤정, 야생성, 2024
신윤정, 야생성, 2024

"
그 순간 느낀 강렬한 인상과 깨달음에 대해, 
그것을 붙잡을 수도 정확히 알 수도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작품 속으로 풀어놓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정리해 나갑니다.


"

신윤정 작가의 작업은 '살아있음'이라는 주제로 진행됩니다. 가슴이 뛰는 순간, 인상깊었던 경험을 토대로 그때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강렬했던 순간들을 포착해 작품 속에 담아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며, 훗날 이 기록들을 모아 자신이 어떤 시간과 감정을 지나왔는지 되돌아볼 계획임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가장 최근의 작업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을 위한 작품인데요, 비슷한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작업한 이번 작품은, 곧 예정된 전시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직접 작품을 마주하며 '정체성'에 대해 함께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라며. 전시 일정은 곧 안내드릴게요. 

참고:

(1) Smith, D., & Protevi, J. (2008). Gilles Deleuze. plato.standfored.edu. Retrieved 1 March 2016, https://plato.stanford.edu/entries/deleuze/#ThoPla

신윤정 작가 활동 정보


🔆 홈페이지: https://spantasticplace.com

🔆 인스타그램: @spantastic_place

💌 문의 사항은 상단 콘텐츠 문의 혹은 메일(ddoingnow@gmail.com)로 문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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