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9(금)

삶으로 들어온 예술

색다른 느낌의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하우스갤러리2303의 기획 전시인데요, 전시를 기획하신 기획자님의 주거공간에서 전시회가 진행되어요. <삶으로 들어간 예술> 전시 제목과 연결되는 것 같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 예술을 감상할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전시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윤강미 작가님

회화 작가로 활동하시다 현재는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신 작가님. 방문 당일 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회화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기까지 전반적인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에세이 한 편을 직접 전해 듣는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그림책 한 장 한 장 등장하는 요소마다 담긴 의미, 재료와 기법 그리고 색감의 디테일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완성된 책, 출판을 하면서 변경된 장면들까지 알 수 있었던 소중했던 시간. 최종본이 나오기까지 7~8번의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요. 독자에게는 한 권으로 보여지지만 바구니에는 같은 제목으로 수많은 더미 책들이 쌓여져 있었습니다. 책으로만 작가님을 만났다면 알지 못했을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놀랐던 점 하나, 작가님의 자화상 <부엌의 신> 작품 속 강렬한 눈빛을 보고 조금 무서운 분이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뵈니 부드러운 분위기를 품고 계셔서 놀래기도 하고 오히려 더 좋아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아래 동물들이 있는 사진은 흑색이었던 세상을 아이의 상상력을 통해 다채로운 세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그림책 <나무가 자라는 빌딩> 속 한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프랑스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바뀐 부분이 있다고 해요. 원래는 추운 겨울에 아프리카 동물들이 추울까 봐 벽난로를 
두었지만 매연이 나오는 부분이 고려가 되어 2쇄부터 벽난로가 아닌 편히 쉬고 있는 곰 3마리가 보이고 있답니다.

소중한 존재를 건강하게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미나의 새>, 한 장면 한 장면 마치 작품같이 느껴지는 <달빛 조각>은 아이에겐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자연에서 치유받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책으로 윤동주 시인의 '반딧불' 동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한 여름밤 청량한 공기,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들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감사하게도 엽서로 받을 수 있어 벽에다 붙여놓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바라보는데요, 볼 때마다 반딧불이 축제에 너무 가보고 싶어져요. 호주 골드코스트가 반딧불이 축제로 유명하다면서요? 😁

김정아 작가님

생존하는 법(How to Survive) 작품 제목과 '마음이 흩어지고 부서지지 않기 위해 움켜지기 위해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낯선 땅, 힘든 시간을 버티기 위해 찾은 방법 중 자주 가던 마트 전단지 컬러 띠에 꽂혀 그 조각들을 콜라 박스에 하나하나씩 오려 붙였다고 하는데요, 그림으로 그린 줄로만 알았던 터라 전단지를 직접 오려 콜라주화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조각조각 나누어진 작품을 모으면 하나의 큰 퍼즐 형태가 되듯 이는 흩어진 마음 하나하나 모아 연결시켜 그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떻게 마음을 돌보고 계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정경자 작가님

20년 넘게 사진을 매체로 미술을 하고 계시는 작가님. 주로 주제가 쓸쓸한 것, 버려진 것, 소외되어 있는 것들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담아낸다고 합니다. 독수리의 날갯짓 사진은 독수리 박제를 찍었는데요 실제 독수리의 날개를 찍은 것이 아닌 박제를 찍은 것이라 하면 실망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되묻습니다. 박제된 것은 진짜가 아니냐고 우리 삶에 진짜 인 것 같지만 가짜인 것도 많고 가짜인 것이 진짜인 경우도 많듯.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 것일까요?


두 번째 사진은 어느 호텔 사진인데요,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어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과 빗대어 한 공간을 바라본 작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제의 기억은 다 잃어버리고 오늘만 사는 공간. 기억이 없어 상처도 없고 슬픔도 없다'  

김아라 작가님

궁궐건축, 전통건축물을 사랑하신다는 작가님. 액자 프레임 틀(와꾸)를 이용해 건축구조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부분과 단청의 문양과 색감을 회화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고산금 작가님

처음 작품을 보았을 때 점자를 통해 작품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작품은 작가님이 유학시절 6개월간 실명을 겪게 되면서 시각 대신 소리에 의존해 세상의 소식을 들었고 서서히 시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텍스트의 이미지가 구슬처럼 보이게 되는 과정이 모티프가 되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본 전시에는 폴 오스터 소설 <빵 굽는 타자기> 5페이지부터 42페이지까지,  조동진 <제비꽃>을 선보이고 있어요.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만 이해하고 나서야 사랑하게 되기도 하는 인생처럼, 그림도 그렇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그냥 봐도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작품에 담긴 의미를 알고 서 더욱 애정이 갔던 경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스며든 공간에서 5명의 작가님의 또 다른 경험이 담긴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전시를 보고 동화책/그림책을 어른도 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모임을 열어보려 합니다.

인상깊이 본 동화책, 그림책이나 읽고 싶었던 책이 있으신 분, 서로 책 정보 공유도 하고 읽고 나서 느낀 점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저는 윤강미 작가님의 그림책 2권과 선물 받은 그림책 1권을 가져가 이야기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