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4(목)

사라진 것의 흔적, 그들이 남긴 시간의 흔적을 담다

2층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재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 볼 것들이 많아 왠지 모르게 자주 올 것같은 기분이 들어요. 

2층 공간에는 문화유산, 역사와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백자> 시리즈는 조선백자, 식기, 제기 등의 문화유산 작품인데요, 백자의 특유의 광이 노출되지 않고 배경과 사물이 어우러지는 형태의 작품이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이탈리아 정물화가 조르주 모란디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설명에 따르면 정물들을 배치하고 뒤에 한지를 대어 배경을 만들고 연한 조명하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광택과 그림자가 없어서 더욱 회화느낌이 많이 나기도 하고 보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명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화려함 뒤에 그 세월이 삼킨 것, 덧 없음

구본창 작가님을 인터뷰 하신 문소영 기자님의 내용 일부분을 가져왔습니다.

Q: 그동안 세월의 흔적이 묻은 소박한 사물을 주로 찍어 오셨는데 <황금> 연작은 이질적이지 않나요? 

A: 그렇죠, 하지만 모두 부장품이기 때문에 내가 탐구해 온 주제인 시간과 사라진 것의 흔적과 관련이 있어요. 

황금은 모두가 탐내고 가장 영예로운 지휘자에게 헌정되곤 했지만 실제로 손에 쥔 시간은 짧았어요. 천마총 금관도 

생전에 실제로 썻는지 순전히 매장용으로 죽은 이의 얼굴에 씌운 건지 의견이 분분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쉽게 쓰고 

다닐 만한 무게가 아니에요. (...) <황금> 연작은 우리가 반짝거리는 것에 열광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손에 쥐려고 

하는 것도 이렇게 덧없다는 생각, 화려함 뒤에 그 세월이 삼킨 것, 그 덧없음도 표현했으면 해서 찍었죠.


작품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져 실제로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은은하게 정물을 받쳐주고 

있는 황금지 배경, 한 부분에 빛이 강하게 들어가 시선을 끌었던 작품이였습니다.  😊

아이러니한 역사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 전통과 현대가 섞인, 단청모양의 전통적인 문화 뒤에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현실이 느껴져 작가님 말처럼 '아이러니함'이 느껴졌습니다.

익명자(Incognito), 미지의, 미행의 


<익명자> 시리즈는 96년부터 작가님이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주변생활환경에서 보이는 것들을 스냅사진으로 엮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작품 설명에서 눈길이 갔던 문장. '익명자'는 '익명의, 미지의, 미행의'라는 뜻을 가진 인코그니토(incognito)의 명사형으로 그 자신을 가리킨다. 그가 익명자로서 세상 이곳저곳을 다니며 발견한 대상, 풍경을 포착하는 것은 그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는 행위의 기록으로, 하루하루 일기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익명자> 시리즈가 있는 '열린 방'은 이번 회고전이 항해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항해의 시작으로 향해 있음을 의미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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