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8(목)

너와 나, 우리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

'너가 너무 좋아할 것 같다'라는 지인의 말에 매서운 칼바람을 이겨내고 방문한 서울 시립미술관. 첫 시작은 '호기심의 방'으로 작가의 소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집해 온 물건과 사진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으로 정적인 느낌으로 시작해 

공간 안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작품들이 펼쳐집니다.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과 표현 영역의 확장'이라는 메시지에 걸맞게 정말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어요. 


또한 연보에 따라 작품 표현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작가님의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와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 이렇게 표현된다고? 가능하다고?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던 전시였어요.

이번주는 1층 공간에서 인상깊게 본 작품들을 공유드립니다. 

탈의기

테이킹 포토에서 메이킹 포토 연출 사진으로 넘어가게 되는 결정적인 작품으로 2개의 사진을 겹쳐 긁어내거나 물감을 이용해 만들어낸 연출사진입니다. 해변에 뒹굴던 밧줄 꾸러미를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틀로 상정하고 억압된 상황에서 벗어나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실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요. 물감과 같은 필름 이외의 재료를 사용한 것, 

사진을 스크래치보드처럼 표현한 부분을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창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작품입니다.

무제 시리즈

몽환적인 색감과 그림자의 특이한 현상으로 눈길을 끌었던 아래 작품들은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촬영기법'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빛을 노출시켜 만든 작품으로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초현실주의적 색감과 빛바램이 특징적으로 보여지고 있어요. 솔라리제이션은 빛이 심하게 노출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반전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으로 피사체나 그림자 부분에 후광 같은 윤곽선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작품 프린팅 방법도 궁금해서 살펴보니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Archival pigment print)'라는데 이건 또 뭔가 

싶어 찾아봤지요. 😊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는 현재 실크스크린을 대체하는 아트 작품 인쇄 기법의 주류가 되는 

잉크젯 인쇄기법(원단에 잉크를 뿌려 인쇄하는 방식)으로 파인 아트지에 안료 잉크를 사용해 잉크젯으로 프린트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회화 작품인가 했는데 사진으로 저렇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작품 감상도 하고 전문

촬영기법도 알고 일석이조

MIXED MEDIA: 문화와 삶의 해석


포토그램 기법(필름 없이 인화지에 찍고 싶은 물체를 얹어 두고 빛을 쪼아 물체의 외곽선과 투명도에 따라 인화지에 실루엣이 맺히게 하는 방법)을 더해 캔버스 위에 약품을 흘려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크레파스로 발자국을 그린 작품이에요. 


이 작품 아래 바닥에 놓인 작품은 작가님이 독일 함부르크 슈페어뮬탁(sperrmulltag, 쓰레기 버리는 날)에 잔뜩 주운 신발 본을 포토그램 기법으로 종이에 나타내 설치한 작품입니다. 작품아래 사람들의 발 형태들을 보며 각자의 삶의 모양, 여정을 나타내는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발 본을 딴 작품의 발 모양은 누구의 발일까요? 

태초에(In the Beginning)

포스트모더니즘의 몸에 관한 관심과 담론을 반영한 작품으로 자기 자신만이 아닌 보편적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나타내며, 

예속된 삶의 굴레에서 느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크기가 한정되어 있는 인화지를 직접 작업실에서 미싱해 연결시켜 전체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끊어질 듯 연결되는 삶의 지속성, 그에 따른 무게감이 느껴졌던 작품이였습니다.

하나의 세계

병상에 계신 아버지가 가까스로 내쉬는 숨을 직접 기록한 작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가의 작품이 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교토에 위치한 '도지'라는 절의 벽에 있는 흔적을 담은 <흔적 시리즈>, 제주 바다를 데칼 코마니 형태로 대칭화한 작품<리버런>, 한지에 젤라틴 프린트로 출력하여 더욱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항해 시리즈> 작품들을  감상하며 마음이 아리기도, 쓸쓸해지기도 했고 잔잔한 물결을 그냥 멍하니 보는 여백 같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구본창의 항해>는 시간되시면 한 번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작가님의 작품 변화, 작품에 담긴 감정들도 함께 느끼시면서 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매주 화~일요일 3시에 도슨트도 진행되니 전시 한 번 쭉 둘러보시고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도슨트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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