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8(화) 게시

작품은 물론 공간연출에 반하다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 개관작이자 이경준 작가의 첫 개인전인 '원 스텝어웨이(One Step Away)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다녀온 사진 전시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공간 연출이었어요. 총 4챕터로 

이루어지는 전시로 각 주제에 맞춰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요, 첫 시작부터 마지막 포토존 공간까지 컨셉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전시기획자분을 알고 싶은데 정보가 없다는 게 아쉬워요. 
이 기획자분이 기획하는 전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참여하고 싶습니다.  

Golden Hour


커다란 사진 뒤에 라이트박스를 이용해 빛이 비치는 순간을 더욱 사실적으로 느끼게 해 줌으로써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세상 모든 것이 찬란하게 비치는 빛의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8년 전 짧게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에는 그저 차갑고 바쁘고 시끄럽기만 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 그럼에도 빛나는 순간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빽빽이 지어져 있는 삭막한 고층 건물이 머금는 빛이라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에 뉴욕으로 갈 기회가 있다면, 멜팅팟(melthing pot)이라 불리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도시에서 건물과 건물, 건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환경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더 자세히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해낸다는 것


건물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 똑같은 사각형 형태의 공간 안에서 사람들을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나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각자만의 프레임 

속에서 그들을 무엇을 보고 어떻게 자신의 일상을 지켜내고 있는지, 여유라고는 없을 것 같은 빼곡한 공간에서 

그들은 행복한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사람들을 뉴욕으로 오게 하는 건지 무엇이 사람들이 서울에 

오게 하고 그들을 이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보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상속 평온함


가장 좋았던 공간 <REST STOP> 세션에서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요. 공원 배경으로 녹음된 

영상과 풍경 소리를 들으며 잠시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심 속 센트럴 파크 같은 자연의 공간은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무채색 공간에 따듯한 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밴쿠버에서 생활할 때에는 해가 뜨거나 날이 좋으면 바로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오고는 했는데 서울 생활을 하면서 공원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심리적 변화 때문인지 잘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나요? 


도시 관계와 시선의 변화

마지막 세션 <Play Back>는 고민을 적고 파쇄기에 넣어 분해시키는 행위를 통해 고민의 무게를 줄이고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과 뒤를 돌아보면 뉴욕 건물들과 센트럴 공원 

장면이 크게 전시되어 있어요. 빽빽한 건물들 그 사이에 위치한 공원에서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그 속에서 저의 모습은 어떤지 사진도 찍을 수 있고요. 너무 센스 있는 포토존이었습니다. 

정말 전시기획자님 만나고 싶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저는 어떻게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혼자서 전시를 보면 동행자 눈치를 보지 않고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시에서 느낀 

여운을 함께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에서 씁쓸함을 느끼곤 해요 ㅎㅎ 그래서 저처럼 혼자 전시를 보고 영감을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사진속에서 찾은 깨알 재미 포인트, 여행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곧 만들어볼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