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임팩트

Second Impact

세컨드 임팩트

Second Impact

2024.11.29(금)

"우리는 어째서 원본으로 태어나 복제가 되어 죽는가?"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의 문장을 발단으로 파생되어 다양한 시선이 담긴 전시 <세컨드 임팩트>가 수원 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원본(Original), 복제(Copy) 그리고 2차적 창작물(Derivative work)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에는 '원저작물(Original)', 복제물(Copy)',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이라는
세 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복제물과 구분되는 2차적 저작물의 성립요건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창작성이다. 사상과 감정이 담긴 창작성이 있는 작품으로 요약하여 정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원저작물의 저작자에게 2차적
저작물의 제작을 허가받아야 한다는 점
으로 활용 의도와 목적에 따라 오마주, 패러디 등으로 분류된다. 저작권이 시효에 따라 소멸할 경우, 저작자의 허가 단계는 생략될 수 있다. 


원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원본이 2차적 저작물에 대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은 아니며 2차적 저작물 은 원저작물에 기반해 제작된 또 다른 원저작물이라는 의미로 별도의 저작권을 갖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시 공간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은 이명호 작가의 <서장대> 작품과 이이남 작가의 <인왕제색도_사계> 디지털 영상 작품입니다.  

서장대라는 건축저작물을 활용하여 건축물 배경에 막을 치고 건물의 형상을 부각시켜 찍은 사진 작품으로 마치 건축의 초상화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얀 캔버스는 피사체가 된 건축물을 단순한 풍경 속 정물이 아닌 회화와 같은 재현적 이미지로 거듭나게 합니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은 나무(Tree) 시리즈로 시적이면서 철학적인 작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라는 미술저작물을 활용해 디지털 기술을 입힌 미디어 작품으로 과거 인왕산의 모습을 배경으로 4계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5분의 미학'으로 유명한 작가는 한 작품에 5분 이상 멈춰서 보게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더 다양한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맹점 형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순되는 점이나 틈을 의미하는 맹점에 대해 바라보게 해주었던 공간으로 전시 중앙에는 여성 형상의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모형(복제품)으로  원작품을 보기에 앞서 1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작품 하나를 보는 시간은 대략 15초에서 길게는 1분 정도가 소요되며 작품을 볼 때 가장 먼저 색감과 형태를 파악한다고 합니다. 여성의 몸, 황토색과 같이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먼저 인지한 후 원작품을 감상하며 다른 시선(2,3차적 사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관람자가 전시 의도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도 있지만, 맹점에 대한 의미를 내포하는 질문 카드 혹은 정보가 공간에 함께 제시되었다면 관람자는 더욱 호기심을 가지고 작품을 유심히 관찰하고 사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운 흙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테라코타(Terracotta) 방식으로 구우면 단단해지고 치밀해지는 점토의 성질을 이용해 

만든 작가의 <지모신>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구석기 시대의 지모신상을 원형으로 삼습니다. 인물의 근엄한 표정과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기에서 전해지는 질감을 통해 묵직함, 굳건함이 느껴집니다.   


이는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빌렌도르프 비너스(Venus of Willendorf)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한애규 <지모신>
한애규 <지모신>

더 나아가 작품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나의 작업실에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이 나의 옷장에 있다면? 혹은 거실에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와 같이 작품이 놓인 배경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할까요? 

기록용 사진과 예술작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맹점 형성의 공간을 지나면 안성석 작가의 <역사적 현재 002, 004> 작품과 김경태 작가의 <서북공심돈> 사진 작품을 통해 기록용 사진과 예술 작품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팔달문과 장안문의 현재 모습에 과거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으로 '공간에도 기억이 남는다'는 의미를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예술적 시각에서의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모든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 기법을 통해 피사체의 선명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으로 100여 장의 사진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드는 합성의 과정을 거쳐 사물의 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래된 돌과 새로 만든 돌이 뒤섞여 있는 서북공심돈의 구조를 통해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이를 사진에 담긴 시간을 하나로 합쳐내는 자신의 작업 방식과 연결 짓고 있습니다. 또한, 대포를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직사각형 구멍을 바라보며 자신이 피사체를 촬영하는 행위와 비슷하게 느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서북공심돈의 일부를 옮겨내어 자신이 바라보던 시선을 작품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묘한 관계

마지막 공간에는 액체처럼 흐르면서 뒤섞이는 문화의 형태를 시각화한 유의정 작가의 <액체시대>와 머리를 빗던 참빗을 조각화한 심영철 작가의 <빗의 단계적 표상> 과 함께 3D 프린트로 만들어진 모형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원본과 복제물 그리고 기능적 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

원작품이 훼손되어 복원시킨 것은 원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도자(혹은 작품)가 깨졌을 때 어떻게 복원해야 원본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AI 기술 발전으로 저작권과 원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I를 통해 생성된 작품은 원본과 복제본이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있어 예술 작품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의하는 기준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AI 로봇 아이다(Ai-Da)가 그린 초상화가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약 132만 달러(약18억 4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AI가 창작한 작품도 예술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앞으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 저작권의 적용 범위 그리고 AI 창작물의 독창성 및 예술적 가치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작품을 관람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함께 공유하며 여러 가지 활동들을 진행하는 뚜잉(DDOiNG)은 2025년, 

더 유익한 정보들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컨드 임팩트(Second Impact)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 공간 정보


🔆 전시기간 :  2024년 04월 16일 - 2025년 03월 03일

🔆 전시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4전시실(2층)

🔆 입장료: 유료(4천원) / 수원 시민 25% 할인 

🔆 도슨트: 매주 오후3시, 4전시실 앞 진행

🔆 접근성: 전시장 입구문(여닫이 형식) & 공간 턱 없음(전시 진행 공간 4전시실 기준)/  엘리베이터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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