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한 질문

2024.09.20(금)

경주에 위치한 우양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 진 마이어슨(Jin Meyerson)의  <Finding The Shore>, 박현기의 <사유하는 미디어>는 회화 작품부터 컴퓨터 그래픽, AR(증강현실),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요, 두 전시의 공통적인 주제는 '정체성'으로 사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작가님들만의 표현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Finding The Shore

"항상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고, 그림을 그리면서 제 자신을 완성해간다." 


진 마이어슨 작가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체성, 문화에 대한 그의 시선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시 부제를 '해변(shore)의 발견'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해설에 따르면 백남준 작가가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망망대해와 해변(Shore)으로 비유하며 근 미래에 도래할 뉴미디어 시대를 예견했던 것처럼, 진 마이어슨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을 백남준 작가의 인터뷰에서 영감받아 ‘Finding the Shore’를 부제로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자아 정체성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 건축, 도시, 공간의 형성과 변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첫날밤에 느꼈던 무한한 공간에 떠 있거나 공중에 달려 있는 듯한 '부유하는 느낌'을 시각화한 작품 <Stagedive>는 이미지 요소들을 몇 천 개의 레이어로 분할해 영상으로 전달함으로써 경험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합니다.


<Broadacre>는 홍콩의 과밀화된 건물과 공공 주택 조감도를 모티브로 콜라주 기법을 통해 재구성하여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분산해 자연과 도시의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위: Jin Meyerson <Stagedive>, 2015

아래: Jin Meyerson <Broadacre>, 2013-14

긴밀하게 연결되는 유기적인 관계


아래 인물 시리즈 작품들은 1976년 미국으로 입양된 당시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우연히 아내와 딸이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빛을 비춰가며 이불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과거 어린 소년이었던 그가 낯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던 기억이 중첩되어 보였다고 합니다. 



과거의 공포스러웠던 기억과 현재 자신의 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가족이라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되죠.

위: Jin Meyerson <NIGHTWATCH>. 2022

아래: Jin Meyerson <SEANCE 5.1>, <SEANCE 5.2>, 2022

AR(Augmented Reality) 실제와 가상의 공존

전시의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로 작품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작품 앞 바닥에 표시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휴대폰 화면에 해당 작품의 그래픽이 나타납니다.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현대 사회, 문화의 복잡성과 혼란성을 반영하며 동시에 개인적 정체성 탐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보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어떻게 관계 맺어 나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Jin Meyerson <Matriarch>, 2020-21

사유하는 미디어


우양미술관 2024년 첫 기획 전시 <박현기: 사유하는 미디어>는 물질과 비물질적 매체를 향해 품고 있는 작가의 

자기 고찰적 생각과 작품에 은유한 자신의 정체성, 나아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획 전시를 통해 박현기 작가의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의 혁신적인 시도와 사유의 도구로 그가 어떻게 미디어라는 

매체를 활용하였는지 엿볼 수 있었어요. 

한 개체 이상의 관계에서 부터 시작되어지는 언어


'사이'라는 말을 우리는 가끔 쓸 일이 있다.
무엇과 무엇이 관계 되어질 때 여러 이유를 유발시켜주는
역할을 적절히 해주는 애매모호한 필요불의 가시적 언어다.
- 작가 드로잉 발췌


작가 작품의 주요 매체인 '돌'은 자연을 상징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 자연과 기술을 매개하는 사물로 등장하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제(TV돌탑)>은 실제 돌 위에 TV 속 영상으로 존재하는 돌이 올려져 있습니다. 

TV 속 돌은 이전에 존재했지만 지금  이 장소에는 가상으로 존재하는 매체로 작가는 실제와 가상의 충돌을 통해 격차를 평준화 시키며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체 활용


물과 빛이 가지는 유동성, 반사성과 비디오를 활용해 다양한 매체들을 서로 충돌시키며 발생하는 새로움과 역설을 표현하며 비디오가 갖는 고유의 기능과 특징에 집중하기 보다 하나의 물리적 매체로 활용해 새로운 시선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유의 확장


그는 물질과 비물질적 매체를 활용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관계에 대해 다각적인 시선을 제공함으로써 사물과 인간, 

자신과 주변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 작품해설: 우양미술관 인스타그램 참고

<Finding The Shore>, <사유하는 미디어> 전시 정보 및 우양미술관 공간 정보 


🔆 전시기간 :  2024년 4월 30일 ~ 09월 1일 / 전시 종료

🔆 유료 전시: 성인(12,000원), 학생(10,000원), 미취학 아동(8,000원) 
      *국가 유공자, 경주시민, 장애인, 힐튼호텔 투숙객 할인 (홈페이지 참고)

🔆 엘리베이터 없음 (휠체어 수용 가능: 1층 기준)

🔆 현재 휴관, 2025년 상반기 재개관 예정 (문의: 054. 745. 7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