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OiNG 2월 기록

DDOiNG 2월 기록

2024.03.03(일)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면 그곳이 울타리가 되죠"

지인이 건넨 한 장의 포토 메시지에 적혀있던 배우 유태오의 글과 함께 2월 한 달 기록 남기기


2월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영감과 위로를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령 친화 서비스 발전을 위해 연구활동가로 활동하는 의현님과의 만남으로 나이 듦에 대한 인식과 이에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인상 깊이 읽은 그림/동화책을 소개하며 다른 분들의 시선을 빌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픽, 브랜딩, VMD, 디지털 프러덕트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자인 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빌어 '좋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회사에는 이익을, 사용자에게는 심미성과 효율성을 줄 수 있는 디자인',  '00회사 다움을 보여주고 사용자 또한 그 경험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트렌드에 맞춰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 등의 답변을 통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따라, 목표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두려워하고 있는 점, 정답이 없는 부분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안아주신 분들과의 감사한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런 따듯한 순간을 통해 또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행할 커뮤니티


3월부터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아래 주제뿐만 아니라 해외 취업 및 유학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를 위한 모임(with 아틸라), 색다른 전시 후기 모임 등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문화 예술, 디자인 관련 모임 기반이라면 관련 모임을 
함께 기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링크 혹은 ddoingnow@gmail.com을 통해 제안해 주시면 확인 후 관련 모임, 스터디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2월의 영화


<괴물, 2023> 


"나도 누군가에게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영화. 불편한 감정으로 시작해 안타까움, 두려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 영화로 마지막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엔딩 곡을 들으며 영화를 보며 들었던 감정들을 복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해 주었던 영화. 단편적 시선의 위험성과 어떤 현상을 확신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엮어 있다는 사실을,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나도 누군가에게는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바라보고 때론 그것이 정답인 듯 주장하는 사람들, 어쩌면 모든 형상들을 다 바라보고 수용하기 버겁고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수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기엔 작고 나약하기에. 


갑자기 들었던 생각,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요?

<12인의 성난 사람들_12 Angery Man>


영화 <괴물, 2023>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살인 혐의를 쓴 한 소년에 대한 12명의 배심원이 유죄 여부를 토론하는 
내용이에요. 흑백영화라 주인공들의 표정과 감정들을 더 잘 느낄 수 있어 흑백영화의 매력을 알게 해준 영화랍니다.  


제목으로 알 수 있지만 영화에는 12명의 인물이 등장해요, 자신의 결정으로 한 소년의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쉽게 유죄라 결론을 지어버리는 사람, 자신의 생각에 확신에 찬 사람, 자신의 주장이 없는 사람, 등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설득해나가는 한 배심원의 설득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정 인물을 보며 '인간은 보이는 그대로 보는게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는 결정을 먼저 지어버리고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몰고 갑니다. 그러다 자기모순을 발견하게 되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는데 그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기억에 남은 대사


"사람들이란 실수를 하죠. 틀릴 수도 있잖아요." 


"사실은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는 것. 이럴 때 개인적 편견이 드러나게 마련이죠. 

언제나 편견이 진실을 가립니다"


보고 느낀 생각들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영화. 등장인물의 성향을 해석한 도서가 있는데 이 도서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제주도 대평리 아침.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우연히 듣고 빠져들었던 노래. 카페 사장님께 노래 제목을 물어보았고 
'냉정과 열정사이 ost인 Ryo Yoshimata의 History'라고 말해주셨어요. 언젠가 봐야지 하고 묵혀두었던 영화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게 되었네요. 노래만 듣고 이런 장면들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상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른 장면들을 보게 되어 다소 당황했지만 영화 속 배경 장소인 이탈리아는 아름다웠습니다. 내용이 왜 이렇게 애잔하고 애달픈지. 좋아했던 ost가 나오면 그때의 마음과 장소 감정들이 떠올라서 더 애잔하게 느껴졌던 영화.


'복원가'라는 멋진 직업을 알게 되어 좋았던 영화, 이분들이 있어 좋은 작품들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2월의 도서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단단한 결이 느껴졌던 도서.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디자인 작업에 처절히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지는 도서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하고 있는 디자이너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선이 머문 문장들


대학에서 수작업은 예술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교수의 수업(대량생산이 될 수 없으면 디자인이 아니라는)을
들으며 나는 절망했다. 수업에서 손으로 만드는 작업과, 질감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은 구시대의 것으로 여겨졌고, 학생들은 과제를 위해 컴퓨터에만 매달렸다. 디자인은 이성적인 계산으로 재단되어 있었고 그 냉정한 영역에 ‘감정적인 어떤 것’이 끼어들어 갈 틈이 없어 보였다. 팔리지 않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믿음과 소비자와의 소통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소비자 욕구 조사는 학생들을 창작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아닌 판매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있었다. 그 노골적인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교의 기본 정신이 되어버린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나는 항상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디자인이 반드시 대량으로 생산되어야 하는 걸까? 손으로 만들어진, 작은 집단 혹은 개인을 위한 이미지와 작업들이 디자인이 아니라는 그 신념과도 같은 믿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래픽 디자이너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너무나 큰 질문이어서 저희가 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좋은 디자인의 성격도 너무나 다를 것 같고요. 저희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주제를 가장 정확한 시각언어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메시지 전달과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그래픽
실험이 동시에 구현되었을 때 저희에게는 그것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무가 자라는 빌딩> 

하우스 갤러리 강언덕 기획자님께서 기획한 전시 <삶으로 들어간 예술>에서 뵈었던 윤강미작가님의 그림책 <나무가 자라는 빌딩>은 도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아이가 자신만의 상상 속 도시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야기인데요,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모임에 들고가서 공유했더니 역시나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분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제가 보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중 하나는 '로봇'인데요, 책 속에는 사람과 동물뿐만 아니라 로봇도 함께 하고 있었어요. 할머니와 아이를 돌보고 있는 로봇, 산책하는 로봇,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물들을 발견하면서 작가님이 인간과 동물 그리고 기계 모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공원'에 대한 시선인데요, 우리는 공원을 너무 기능적으로만 생각하고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그림책 매력에 빠져든 시간이었습니다. 


만남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았던 2월, 3월에는 어떤 재미난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됩니다.